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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의 마지막날엔 일찍 집에서 쉬었다. 

육지에서 찍은 사진을 편집하려다가 드라마나 틀어놓고 하자 싶어서 생각난김에 스카이캐슬을 봤다. 

하루에 보게 회차가 16회까지여서 흥미진지하게 즐겁게 봤고 

다시 평일에 나머지를 봤다. 


이렇게 평면적인 캐릭터와 단선적인 플롯으로 이 정도 주목을 받게 된게 신기하기만 하다. 

나도 잼있게 봤기 때문에 무었때문인지도 알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서 마지막 2회는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다. 

다시보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 다음에 보게 된 드라마들 때문에 '아갈머리'말고는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 


그래서 찝찝하고 거지같은 마음을 달래려 연애시대를 다시 봤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이가 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정말 좋은 책을 읽어봤고 

좋은 영화를 보고 

다시는 못갈것 같은 곳을 여행해보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이번에 개봉할 영화가 예전에 봤던 그 영화만큼 좋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말하는 그 재미난 소설이 내가 봤던 그 소설에서 남겨진 것만큼의 무엇가를 얻을 수 있을까? 

그냥 봤던 책을 다시 보는게 좋지 않을까? 

사람들이 좋다던 그 곳은 내가 예전에 봤던 그곳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내 시간과 노력을 들일만큼? 

새로운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예전의 그 사람에서 느꼈던 감정을 또 느낄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봤던 영화를 다시 보고 

계속 보던 책을 다시 읽고 

지난 시간의 사진들을 뒤져보고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 하게 된다. 

그렇게 나이를 먹은게 아닌가 싶다. 

바보 같다는 걸 알고 있다. 

좋다는 것에서 비교우위를 따질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새로운 것들에 두려움을 느낀다. 

늙으면 보수적으로 된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또 연애시대를 봤다. 

이제 한 7번째 본거 같다. 

안나까운 건 다른 드라마 더 볼필요 있나라는 생각만 더 들었다. 


연애시대는 그런 드라마였다.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또 봐도 또 같은 생각이 들게 되는. 


그래서 다른 드라마가 필요했다. 

좀더 안전한 선택지는 더 이전의 인생드라마 '네멋대로 해라.'


다른 의미에서 다행이었다. 

4회이상 보지못했다. 

그 때는 그렇게나 좋았던 드라마가 어설픈 설정, 불필요한 대사, 공감할수 없는 인식들이 눈에 너무 많이 들어와서 더 보기가 힘들었다. 

여전히 그 인물들이 좋다. 고복수도 전경도 미래도. 그래도 더 보기는 힘들었다. 


그럼 다시 새로운 드라마를 찾아보자. 

연말연초에는 스카이 캐슬이었으니까 그 일년전에는 뭐였지? 


도깨비를 보기 시작했다. 

공유,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 중에 호감을 가진 배우는 김고은 뿐이었다. 

공유는 그냥 나쁘지 않는 배우 
이동욱과 유인나는 그들의 연기는 본적없고 그냥 예쁘고 잘생긴 사람

김고은은 은교에서 정말 인상적이었지만 

그 이후에 작품을 본적이 없어서 은교에서의 연기가 그 배우의 연기인지 그 사람그대로 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첫 연기가 좋은 배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정말 운좋게 자신에게 딱맞는 배역과 좋은 작품과 운좋게 만나서 잘 된 케이스들이 었어서 두려움이 있다.) 

심지어 작가가 태양의 후예 작가라고 해서 더 두려움이 컸다. 

(그냥 대충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런 드라마를 잘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도깨비를 다보고 나서도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운현궁에서 많은 촬영이 있었다는 이야기에 편집도 많이 남았으니 김고은도 확인할겸 보기 시작했다. 

예상들은 거의 다 틀리지 않았고 

유인나와 이동욱도 괜찮았다. 

내가 여자라면 공유에 빠질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김고은은 화면에서 본 사람중에 가장 사랑스런 웃음을 짓는 사람이었다. 

시나리오는 상당히 잘 짜여졌다. 

예상대로 예상과 엇나가나 타이밍들이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다. 

파국으로 끊어졌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좀 심심했다. 

ppl에 부정적이지 않았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이건 좀 심하다 싶을 만큼 동일한 음료와 샌드위치가 나와서 이런것도 정도 껏해야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김고은이 울고 웃는 모든 장면들이 좋았지만 그걸 그렇게 많은 뮤직비디오로 만들었어야 했을까? 

의도와 달리 운현궁의 내부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실내라서 동선을 자주 보여주지는 않아서 공간을 예상하고 보기는 쉽지않았다. 

복도의 아치와 창은 기억에 남아있다. 


다른 드라마를 봐도 될거 같다. 

새로운 드라마 한두편 보면 더 봐도 될지 않될지 알거 같으니까 보다 그만 봐도 되니까 도깨비정도 드라마가 일년에 한두편은 할꺼니까 




시간이 다시 많이 흘러도 

도깨비는 안보고 (김고은 짤만 봐도 돼)

연애시대는 다시 볼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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